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질문이자 반어적인 답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접하는 에세이다. 사랑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로 분류되면 보통 이성보다는 감성이 돋보이며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살아온 날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하는 나침반 같은 느낌도 주는 듯하다.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부부싸움을 할 때 한 번은 들어봄직한 얘기다. "너와 결혼한 것이 후회된다, 내가 미쳤지 너와 결혼을 하다니, 너 같으면 너와 결혼하겠냐?" 상대방에게 듣는 얘기다. 대상이 너 'you'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맞받아치게 되고 또다시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게 된다.
'내 탓이오'와 마찬가지로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대상이 'I'가 되는 것이다. 뭐든지 나 스스로 반문하고 질문을 하면 화를 낼 이유도 없고 세상과 최소한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목차는 첫 번째 속삭임 _ 사랑, 두 번째 속삭임 _ 있는 그대로, 세 번째 속삭임 _ 외로움, 네 번째 속삭임 _ 진심으로 대하기.
책을 읽기 전 목차를 보고 혼자 말을 만들어 봤다. 사랑을 하다가 있는 그대로 행동하지 않아 헤어짐을 겪은 후 외로움 속에서 느끼는 바가 있어 모두에게 진심으로 대하기.
또 한 가지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을 알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외로움으로부터 배우며 진심으로 대하여 진정한 사랑을 알았고 찾았다. 나름 상상을 해 봤다.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의 대답
질문이라면 거기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완전히 익은 과일이 아니기에 그런 대답이 나온 것 같다.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만 생각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살면서 반성과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안주하지 않고 걷다가 십 년 정도 후에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란 똑같은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질문일 수도 있고 탄식일 수도 있다. 자기반성을 눈물을 흘리며 처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가벼운 문체지만 각인되는 힘이 있는 글이라는 것을 통해 느끼게 한다. 이런 것이 에세이의 특징인 것 같다. 정해진 것이 없이 느끼는 데로 에세이를 읽으면서 에세이를 쓸 수 있는 힘을 준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진짜 인연을 만난다. 그러니 떠나간 옛사람이 아니라, 다가올 그 사람을 위해 지금의 나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중에서 -
사랑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고 어떠한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결혼을 하는 신념에 대해 작가는 얘기한다. "어쨌든 사랑은 비단 위에 더해진 꽃이지. 목숨 걸고 잡아야 하는 지푸라기는 아니니까."라고 말이다.

사랑에 실패하면 인생에 경험치가 쌓이고, 사랑에 성공하면 새로운 가치가 더해진다. 이러나저러나 손해 볼 것은 없는데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중에서-

"사랑하면 보인다"

오랜만에 허리띠 풀고 느긋한 마음으로 배부르게 맛있게 먹은 신간 에세이다. 나를 응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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